조항의 내용
이 글은 지은 지 오래된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에 전세 또는 보증부 월세로 살고 있고, 계약 만료가 5개월가량 남은 임차인을 위해 씁니다. 계약서 특약사항란에 「본 건물은 향후 재건축 예정이므로 임대인이 요구하면 임차인은 계약갱신을 요구하지 않고 기간 만료 시 퇴거한다」와 같은 문구가 적힌 경우를 가정합니다. 계약할 때 임대인은 "언젠가 다시 지을 계획"이라고 말로만 설명했습니다. 착공 시기나 공사 기간은 듣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임차인이 궁금해하는 점은 하나입니다. 이 특약에 서명했으므로 갱신을 요구해도 임대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거절하면 그대로 나가야 하는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은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인정됩니다. 그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특약 문구가 아니라 계약 당시 알린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 그리고 그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막연히 재건축 예정이라고만 적은 문구는 갱신 거절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 글은 갱신요구권 포기 특약 전반이나 실거주를 이유로 한 거절 뒤의 손해배상을 다루지 않습니다. 재건축 사유에 한정해 특약이 어디까지 효력을 갖는지 살핍니다.
만료가 5개월가량 남았다면 이 임차인은 이미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따라서 특약의 효력을 따지는 일은 이론 문제가 아니라, 남은 기간 안에 갱신요구를 보낼지, 그리고 임대인이 거절하면 무엇을 확인할지 정하는 실무 문제가 됩니다. 판단은 세 단계로 하면 됩니다. 먼저 특약 문구가 법이 정한 거절 사유를 옮겨 적은 것인지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계약 당시 실제로 어떤 내용이 고지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갱신요구 시점에 그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근거 법령
계약갱신요구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원문 제6조의3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같은 조 제1항 본문에 따르면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 제2항에 따라 임차인은 이 권리를 한 번만 행사할 수 있으며, 갱신된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 즉 이 법은 갱신 거절을 원칙으로 두지 않고,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로 거절을 허용하는 구조입니다.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제1항 단서의 제1호부터 제9호까지 열거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재건축과 관련된 사유는 제7호입니다. 제7호는 임대인이 목적 주택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점유를 되찾아야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다만 그 원인을 다음 세 가지로 한정합니다.
- 가목: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사시기와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입니다.
- 나목: 건물이 노후·훼손되거나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경우입니다.
- 다목: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가목에서 살펴볼 부분은 고지 시점입니다. 조문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고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계약 기간 중에 임대인이 뒤늦게 재건축 계획을 알려 왔거나, 갱신요구를 받은 뒤에야 공사 일정을 제시한 경우에는 가목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려면 나목이나 다목에 해당하는 사정을 따로 갖추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법 제10조는 이 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재건축 관련 특약의 효력은 그 문구가 제7호의 요건 안에 머무는지, 아니면 요건보다 넓게 임차인의 권리를 제한하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
특약이 의미를 갖는 경우는 그 내용이 제7호 가목의 고지에 해당할 때입니다. 계약서나 별도 확인서에 착공 예정 시기, 공사 소요기간, 철거 범위 같은 계획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갱신요구를 받은 시점에 임대인이 그 계획대로 철거·재건축을 진행하려는 경우여야 합니다. 이 두 요건을 갖추면 임대인은 갱신 거절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 거절의 근거는 특약 자체가 아니라 법이 정한 사유입니다. 특약은 계약 당시 고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 역할을 합니다.
요건에 맞는 문구는 예를 들어 「임대인은 ○○년 ○월 착공, 공사기간 약 ○개월로 본 건물 전체를 철거하고 재건축할 계획이며, 이를 계약 체결 시 임차인에게 고지하였음」과 같은 형태입니다. 이 문구에는 시기, 기간, 범위가 모두 담겨 있어 임차인이 계약할 때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같은 취지의 특약이라도 이 가운데 일부가 빠져 있다면, 임차인이 계약 당시 계획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고지가 충분히 구체적이었는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 당시 고지가 없었더라도 거절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갱신요구 시점에 건물이 노후·훼손되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경우와, 다른 법령에 따른 절차로 철거·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 두 경우는 특약이 없어도 제7호 나목이나 다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임차인은 특약이 있는지보다 실제 건물 상태와 진행 중인 절차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어느 경우든 거절 사유가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임대인이 밝혀야 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무효·취소되는 경우
앞에서 가정한 「향후 재건축 예정이므로 임대인이 요구하면 갱신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면 판단하기 쉽습니다. 하나는 재건축 계획을 알리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임대인의 요구만으로 갱신을 막는 부분입니다. 아래는 흔히 보이는 문구 유형별로 효력을 비교한 것입니다.
- 시기·기간이 없는 막연한 문구: 「향후 재건축 예정」「임대인 사정에 따라 재건축 가능」처럼 공사시기와 소요기간이 없는 문구는 제7호 가목이 요구하는 구체적 고지로 보기 어렵습니다.
- 임대인의 요구만으로 갱신을 막는 문구: 법이 정한 사유가 없는데도 갱신요구권을 제한하므로 제10조에 따라 효력이 없습니다.
- 계획을 따르지 않는 경우: 고지한 계획이 있더라도 갱신요구 시점에 착공 준비가 없거나, 계획을 미룬 채 다른 사람에게 다시 임대하려 한다면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 일부 수리나 리모델링: 제7호는 주택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는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내부 수리나 일부 개보수를 이유로 한 거절은 이 조항이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가정 사례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임차인은 계약 당시 "언젠가 다시 지을 계획"이라는 말만 들었고, 특약에도 시기와 기간이 없습니다. 따라서 앞부분은 가목의 구체적 고지로 보기 어렵고, 임대인의 요구만으로 갱신을 막는 뒷부분은 제10조에 따라 효력이 없습니다. 결국 이 임차인에 대한 거절이 인정되는지는 특약이 아니라 건물의 안전 문제나 다른 법령에 따른 절차가 실제로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특약 일부가 무효라고 해서 임대차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고, 임차인에게 불리한 부분만 효력을 잃습니다. 따라서 임차인은 특약과 관계없이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거절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를 따로 갖추어야 합니다.
거절 뒤의 문제도 구분해야 합니다. 제6조의3이 따로 정한 손해배상 규정은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하겠다는 사유(제8호)로 거절한 경우를 대상으로 합니다. 재건축을 이유로 거절한 뒤 계획이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때는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일반 원칙에 따라 다투어야 하며, 결과는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 시 점검
만료가 다가온 임차인은 갱신을 요구하기 전에 다음 사항을 확인하고 자료를 갖추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계약서와 특약사항, 계약 당시 받은 재건축 안내문이나 문자메시지 등 고지 내용을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아 둡니다.
- 고지된 계획에 착공 시기와 공사 소요기간이 적혀 있는지, 철거 범위가 주택의 전부 또는 대부분인지 확인합니다.
- 건물의 안전 문제에 관한 통지나 점검 결과를 받은 적이 있는지, 철거·재건축 절차에 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사항증명서를 발급받아 현재 소유자가 계약 상대방과 같은지, 갑구에 소유권 이전이나 신탁 같은 권리 변동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계약 만료일을 기준으로 6개월 전 날짜와 2개월 전 날짜를 계산해 갱신요구 기한을 적어 둡니다.
- 갱신요구는 내용증명이나 문자메시지처럼 보낸 날짜와 내용이 남는 방법으로 합니다.
- 임대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거절하면 그 근거가 되는 계획이나 절차 자료를 서면으로 요청하고, 받은 답변을 보관합니다.
갱신요구는 기간 끝에 임박해서 보내기보다 여유를 두고 보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임대인의 답변을 받아 거절 사유를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시간이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개월 전이라는 끝 시점이 지나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계약서를 새로 쓰는 단계라면 특약 문구를 조문에 맞추는 것이 양쪽 모두의 분쟁을 줄입니다. 임대인이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다면 착공 예정 시기와 공사 소요기간, 철거 범위를 적은 계획을 계약 당시 임차인에게 알리고, 그 사실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 법의 요건에 맞는 방식입니다. 임차인은 이런 고지가 담긴 계약에 서명하면 만료 때 갱신이 거절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보증금 규모와 거주 기간 계획을 정해야 합니다.
이 글은 조문 구조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실제로 거절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고지 내용, 건물 상태, 진행 중인 절차에 따라 달라집니다. 갱신요구 기한이 가까운데 임대인과 의견이 갈린다면 계약서와 고지 자료를 갖추어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