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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계약

품질보증기간 안에 부품이 없어 수리할 수 없을 때, 약관의 '감가상각 후 환급'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나

조항의 내용

이 글은 구입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가전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고장 난 소비자를 위해 썼습니다. 이 소비자는 판매·제조사로부터 "수리 부품이 없어 수리가 불가능하므로 약관에 따라 사용 기간만큼 감가상각한 금액을 환급합니다"라는 안내를 받은 상황입니다. 이런 안내의 근거로 제시되는 조항은 대체로 "수리용 부품을 확보할 수 없어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 회사는 사용 기간에 따라 감가상각한 잔여 금액을 환급합니다"와 같은 형태입니다. 이 문구는 특정 업체의 원문이 아니라 여러 약관과 보증 안내문에서 반복되는 형태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 조항에는 두 가지 내용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부품이 없어 수리하지 못하는 상황을 회사가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처리 방법을 제품 교환이나 구입가 전액 환급이 아니라 감가상각 후 환급으로 한정하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두 번째 부분입니다. 이 글에서는 품질보증기간이 남아 있는 제품에도 이 감가상각 공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약관이 기준과 다른 처리 방법을 직접 적어 둔 경우 어느 쪽이 앞서는지를 살펴봅니다.

판단의 출발점은 날짜입니다. 구입일, 고장이 생겨 수리를 접수한 날, 보증서에 적힌 품질보증기간이 끝나는 날을 나란히 적어 보면 이 사안이 어느 처리 기준에 속하는지가 먼저 드러납니다. 수리 접수가 품질보증기간 안에 이루어졌다면, 부품 수급을 기다리는 사이에 기간이 지나더라도 접수 당시의 기록이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사업자의 안내문이 감가상각의 기준 시점을 어디로 잡았는지도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근거 법령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법적 근거는 소비자기본법 제16조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국가가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시행령은 모든 품목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적 기준과 품목별 기준을 나누어 두고 있습니다. 품목별 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며, 공산품에 대해서는 품질보증기간과 부품보유기간, 그리고 부품이 없어 수리하지 못할 때의 처리 방법을 함께 정하고 있습니다.

이 고시의 구조를 보면, 부품보유기간 이내인데도 사업자가 수리용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수리하지 못하는 경우의 처리는 품질보증기간이 지났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성능·기능상 하자가 생겼다면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 기준입니다. 품질보증기간이 지난 뒤라면 정액감가상각한 잔여 금액에 고시가 정한 일정 금액을 더해 환급하는 방식이 기준입니다. 즉 감가상각 공제는 고시에서도 품질보증기간이 지난 제품을 위해 마련된 처리 방식입니다. 구체적인 가산 비율, 품목별 품질보증기간과 부품보유기간은 고시 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분쟁 시점에 시행 중인 고시 원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기간을 셀 때는 보증서의 표시만 보아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일반적 기준은 사업자가 표시한 품질보증기간이나 부품보유기간이 기준에서 정한 기간보다 짧으면 기준의 기간을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증서에 적힌 기간이 이미 끝났다는 안내를 받았더라도, 해당 품목의 고시상 기간과 비교해 보아야 실제로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보아야 할 법령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입니다. 제6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조항과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무효로 정합니다. 제7조는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거나, 사업자의 담보책임을 배제·제한하거나, 담보책임에 따른 고객의 권리행사 요건을 가중하는 조항을 무효로 정합니다. 판매자가 하자 있는 물건에 대해 지는 책임의 바탕에는 민법 제580조와 제581조의 매도인 하자담보책임이 있습니다.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

먼저 짚어 둘 점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모든 계약을 직접 고쳐 쓰는 강행규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비자기본법 제16조 제3항은 이 기준이 분쟁당사자 사이에 분쟁해결방법에 관한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이 된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약관에 감가상각 환급 조항이 적혀 있다면 사업자는 이를 별도의 의사표시라고 주장할 수 있고, 고시만으로 그 조항이 자동으로 밀려나지는 않습니다. 이때 조항의 효력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심사로 판단됩니다.

감가상각 환급 조항이 효력을 인정받기 쉬운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품질보증기간이 이미 지난 제품에 적용되고, 감가상각 방식과 가산 금액이 고시가 정한 수준과 같거나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경우입니다.
  • 하자가 정상적인 사용이 아니라 소비자의 고의나 과실로 생긴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입니다.
  • 계약을 맺을 때 조항의 내용이 명시되고, 중요한 내용으로서 설명이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사업자에게 약관의 명시·설명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감가상각 조항 자체가 언제나 문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시가 감가상각 방식을 예정한 구간, 즉 품질보증기간이 지난 뒤의 부품 부족 상황에 맞춰 적용된다면 그 조항은 기준과 같은 방향의 처리로 볼 수 있습니다.

조항의 문언이 기간을 구분하고 있는지도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품질보증기간 이내에는 교환 또는 환급하고, 그 이후에는 감가상각 후 환급한다"처럼 구간을 나누어 적은 조항은 고시의 구조를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효력을 다툴 여지가 적습니다. 이런 조항이 있는 계약에서 품질보증기간이 지난 뒤 부품 부족이 생겼다면, 소비자는 공제 자체보다 감가상각 계산과 가산 금액이 맞게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실익이 있습니다.

무효·취소되는 경우

조항이 품질보증기간 이내의 제품까지 감가상각 공제 대상으로 묶는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품질보증기간 안의 정상 사용 중 하자에 대해 고시는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을 기준으로 둡니다. 그런데 이 기간에도 사용 기간만큼 금액을 깎는다면, 부품을 보유하지 못한 사업자의 위험을 소비자에게 옮기고 하자담보책임의 범위를 줄이는 결과가 됩니다. 이런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나 제6조에 따라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최종 판단은 개별 사안의 사정을 살펴 분쟁조정 기관이나 법원이 내리는 것이므로, 조항이 곧바로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품질보증기간 이내, 정상 사용 중 하자, 부품 없음: 고시 기준은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입니다. 감가상각 공제를 적용하는 약관 조항은 효력이 다투어질 소지가 큽니다.
  • 품질보증기간 경과, 부품보유기간 이내, 부품 없음: 고시 기준은 정액감가상각 잔여 금액에 일정 금액을 더한 환급입니다. 약관이 가산 없이 잔여 금액만 돌려준다면 기준보다 불리한 부분이 문제 됩니다.
  • 부품보유기간 경과: 사업자가 부품을 보유할 기간이 지난 뒤이므로 위 처리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품목의 고시 내용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조항이 기간 구분 없이 "수리 불가 시 감가상각 후 환급"이라고만 적혀 있는 경우에는 해석 원칙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정합니다. 이 조항이 품질보증기간 안의 하자까지 포함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면, 기간이 지난 뒤의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좁혀 읽을 여지가 생깁니다. 또한 같은 법 제16조는 약관의 일부 조항이 무효여도 계약은 나머지 부분으로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정하므로, 공제 부분이 무효가 되더라도 회사가 책임지고 처리한다는 약속 자체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설명 의무 위반도 따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항은 사업자가 명시·설명 의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구매 당시 보증 조건 가운데 감가상각 환급 부분을 따로 안내받지 못했다면, 소비자는 이 조항이 계약 내용이 아니라고 다툴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어 고시가 합의나 권고의 기준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작성 시 점검

소비자가 이의를 제기할 때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기간과 사실관계를 순서대로 정리해 문서로 남기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다음 준비 목록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구입일을 증명할 수 있는 영수증, 주문 내역, 카드 결제 내역을 준비합니다.
  • 제품 보증서나 설명서에 적힌 품질보증기간과 부품보유기간을 확인합니다.
  • 수리 접수증과 "부품이 없어 수리할 수 없다"는 안내를 서면이나 문자로 받아 둡니다.
  • 고장이 정상적인 사용 중에 생겼다는 점을 보여 줄 사진이나 점검 기록을 모아 둡니다.
  • 사업자가 근거로 든 약관 조항의 원문과, 구매 당시 그 조항을 안내받았는지에 관한 기록을 확인합니다.

이의 제기서에는 품질보증기간 안의 정상 사용 중 하자라는 점, 사업자가 부품보유기간 안에 부품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 고시가 이 경우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을 기준으로 둔다는 점을 차례로 적습니다. 사업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비자24에서 상담과 피해구제 신청 절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제시한 감가상각 금액을 받기 전에는 그 수령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환급 금액에 동의한다는 확인서에 서명하거나 이의 없이 금액을 받으면, 그 자체가 분쟁해결방법에 관한 합의로 평가될 수 있어 이후에 차액을 다투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다툴 생각이 있다면 금액을 받기 전에 이의 제기서를 먼저 보내고, 사업자의 답변을 서면으로 받아 두는 순서가 바람직합니다.

약관을 작성하는 사업자라면 감가상각 환급 조항의 적용 범위를 품질보증기간이 지난 뒤로 명확히 한정하고, 품질보증기간 안의 부품 부족에 대해서는 교환 또는 환급을 정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가산 금액과 품목별 기간도 시행 중인 고시와 맞춰 두고, 고시가 개정될 때마다 조항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분쟁 시점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