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의 내용
이 글은 소규모 사업장에 입사해 근로계약서를 받은 근로자를 위해 썼습니다. 이 근로자의 계약서를 보면 임금란에는 월 급여 총액 한 줄만 있고, 휴일과 연차유급휴가란에는 「회사 규정에 따름」이라는 문구만 있습니다. 이 근로자에게는 두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하나는 항목이 빠진 근로계약서 때문에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빠진 근로조건을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지입니다. 이 글은 해고 조항이나 경업금지 약정처럼 이미 적힌 조항의 효력을 다루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적어야 할 것을 적지 않은 '기재 누락'이 계약의 효력과 실제 근로조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다룹니다.
근로계약서의 근로조건 조항은 대체로 「임금: 월 ○○○원(매월 ○일 지급)」, 「근로시간: 09:00~18:00(휴게 1시간)」, 「휴일·휴가: 회사 규정에 따름」과 같은 형태로 쓰입니다. 이 문구는 특정 회사의 원문이 아니며, 설명을 위해 일반화한 예시입니다. 이 예시에는 임금이 기본급과 어떤 수당으로 이루어지는지, 연장근로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주휴일이 무슨 요일인지, 연차유급휴가를 어떤 기준으로 부여하는지가 계약서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이런 누락을 법 조문에 비추어 하나씩 살펴봅니다.
근거 법령
근로계약을 맺을 때 밝혀야 하는 사항은 근로기준법 원문 제17조에 있습니다. 같은 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소정근로시간, 제55조에 따른 휴일,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해야 합니다. 계약을 맺은 뒤 이 사항을 바꾸는 경우에도 같은 의무가 적용됩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에는 일하는 장소와 맡을 업무, 취업규칙에 반드시 적어야 하는 사항, 사업장 부속 기숙사에 사는 경우 기숙사 규칙에서 정한 사항이 들어갑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 가운데 일부를 서면에 적어 근로자에게 주도록 따로 정합니다. 그 대상은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입니다. 따라서 이 항목은 말로 알려 주는 것만으로는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으며, 서면에 적어 근로자에게 건네야 합니다. 다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변경처럼 법령이 정한 사유로 이 사항이 바뀌면, 근로자가 요구할 때 서면을 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17조를 위반한 사용자는 제114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18세 미만인 사람과 계약할 때에는 제67조 제3항이 근로조건을 서면에 적어 줄 의무를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항목별로 근거와 서면 교부 여부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임금: 제17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합니다.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을 서면으로 주어야 하므로, 총액만 적힌 계약서는 구성항목과 계산방법이 빠진 상태입니다.
- 소정근로시간: 제1항 제2호에 근거하며, 서면 교부 대상입니다.
- 휴일: 제1항 제3호와 제55조에 근거하며, 서면 교부 대상입니다.
- 연차 유급휴가: 제1항 제4호와 제60조에 근거하며, 서면 교부 대상입니다.
- 일하는 장소·맡을 업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해 명시해야 하지만, 제2항이 열거한 서면 교부 항목에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
계약서에 일부 항목이 빠졌다는 사실만으로 근로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면 성립합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을 서면에 적는 것을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으로 두지 않고, 사용자가 지켜야 할 의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면이 불완전하더라도 근로자가 실제로 일하고 있다면 근로관계는 있는 것으로 보며, 그 기간의 임금·휴일·휴가에 관한 권리도 그대로 인정됩니다. 기재 누락은 계약을 무효로 만드는 사유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벌칙이 적용될 수 있는 사유입니다.
빠진 근로조건은 다음 순서로 채워집니다. 첫째, 법이 직접 정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제55조 제1항의 유급 주휴일은 계약서에 없어도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면 생깁니다. 제60조의 연차 유급휴가도 적용 대상 사업장이라면 계약서에 적혀 있는지와 관계없이 생깁니다. 다만 상시 4명 이하 근로자를 쓰는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일부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연차 유급휴가 규정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사업장 규모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취업규칙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제97조에 따라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이 근로계약의 하한이 됩니다. 「회사 규정에 따름」이라는 문구는 보통 이 취업규칙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근로자는 사용자가 제14조에 따라 게시하거나 갖추어 둔 취업규칙을 열람해 실제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93조는 상시 10명 이상 근로자를 쓰는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을 작성해 신고하도록 정합니다. 이보다 작은 사업장에는 취업규칙이 없을 수 있으며, 이때 「회사 규정에 따름」이라는 문구가 가리키는 기준이 실제로는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법이 정한 기준과 실제로 지급되어 온 관행을 바탕으로 근로조건을 판단하게 됩니다. 참조 문구만 적은 계약서로 서면 교부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해당 취업규칙을 실제로 함께 주었는지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무효·취소되는 경우
계약 전체가 아니라 특정 부분만 무효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5조는 이 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만 무효로 하고, 무효가 된 부분은 이 법의 기준을 따르도록 정합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 「연차휴가는 부여하지 않음」이라고 적혀 있어도, 연차 규정이 적용되는 사업장이라면 이 문구는 효력이 없고 제60조의 기준이 적용됩니다. 계약서의 조건이 취업규칙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할 때에도 제97조에 따라 그 부분은 무효가 되고 취업규칙의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처럼 무효는 불리한 부분에만 생기며, 나머지 계약 내용은 효력을 유지합니다.
계약서에 적힌 근로조건이 실제와 다를 때에는 근로자가 따로 택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제19조 제1항에 따르면 제17조에 따라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 근로자는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손해배상 신청 절차를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계약이 해제되었을 때 취업을 목적으로 거주지를 옮긴 근로자에게 사용자가 귀향 여비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은 '명시된' 조건이 사실과 다른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회사 규정에 따름」만 적혀 있는 경우에는 무엇이 명시되었는지부터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도 누락된 항목을 서면으로 받아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작성 시 점검
서명하기 전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이미 받은 계약서를 다시 확인할 때에는 다음 항목을 계약서와 하나씩 대조합니다.
- 임금란에 총액뿐 아니라 기본급·수당 같은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일과 지급방법이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소정근로시간과 휴게시간, 근무하는 요일이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유급 주휴일이 어느 요일인지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이 적혀 있는지, 또는 참조하는 취업규칙의 조항을 특정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 일하는 장소와 맡을 업무가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사용자와 근로자가 모두 서명한 계약서를 실제로 받았는지 확인합니다.
빠진 항목이 있으면 사용자에게 그 항목을 적은 서면을 달라고 요청하고, 요청한 날짜와 방식을 기록해 둡니다. 계약서에 「회사 규정에 따름」만 적혀 있다면 해당 취업규칙 조항을 열람하고 사본을 받거나 열람 기록을 남겨 둡니다. 이렇게 해 두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적용 기준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근로계약서와 임금 지급 내역은 근로관계와 임금을 보여 주는 기본 자료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고용보험과 임금채권보장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이런 업무를 신청하는 과정에서도 근로관계와 임금을 확인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조문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근로계약을 맺은 시점과 근로조건이 바뀐 시점에 시행된 조문을 원문에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상시 근로자 수, 취업규칙이 있는지, 단체협약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계약서와 취업규칙, 임금 지급 내역을 함께 준비해 전문가와 상담한 뒤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