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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거래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 반환을 청구했을 때 상대방은 "물건부터 돌려달라"며 거절할 수 있는가: 해제의 동시이행·사용이익 정산과 해지의 차이

조항의 내용

이 글은 중고 업무용 장비를 대금을 모두 치르고 넘겨받아 쓰다가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는 개인사업자를 위해 썼습니다. 다음 상황을 가정합니다. 인쇄업을 하는 A는 B에게서 중고 인쇄기를 사면서 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기계를 넘겨받았습니다. 계약서에는 "인도 후 발견된 주요 결함은 매도인이 무상으로 수리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함이 드러난 뒤 B는 수리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A는 기간을 정해 수리를 요구했지만 그 기간에도 이행되지 않자 계약 해제를 통지하고 대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그러자 B는 "기계를 먼저 가져오면 돈을 돌려주겠고, 그동안 쓴 기간만큼은 빼겠다"고 답했습니다.

A가 궁금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B가 기계 반환을 조건으로 대금 반환을 미룰 수 있는지입니다. 둘째, A가 기계를 쓰면서 얻은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지입니다. 셋째, 같은 기계를 사지 않고 월 사용료를 내며 임차해 쓰다가 계약을 해지했다면 결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입니다. 이 매체와 다른 매체의 앞선 글들은 해제·해지 뒤에도 위약금·비밀유지 조항이 남는지, 선불 이용료를 얼마나 돌려받는지, 제3자는 어떻게 보호되는지를 다루었습니다. 이 글은 계약이 끝난 뒤 양쪽 모두 돌려줄 것이 있을 때 무엇을 어떤 순서로 이행하고 어떻게 정산하는지가 해제와 해지에서 어떻게 갈리는지를 다룹니다.

근거 법령

아래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민법 원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43조는 해제와 해지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도록 하고, 한 번 한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제544조는 상대방이 이행을 지체하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을 때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제548조 제1항은 해제하면 각 당사자가 상대방을 원상회복시킬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제2항은 반환할 것이 금전이면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조문은 제549조입니다. 제549조는 제548조의 원상회복의무에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관한 제536조를 준용합니다. 반면 제550조는 해지를 하면 계약이 장래에 대하여 효력을 잃는다고 정할 뿐이고, 해지에는 제548조와 제549조와 같은 원상회복 규정이 없습니다. 제551조는 해제든 해지든 손해배상 청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정리하면, 해제는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상태로 되돌리므로 양쪽이 받은 것을 서로 돌려주는 의무가 생기고, 제549조가 이 두 의무를 맞물리게 합니다. 해지는 이미 이행된 부분을 원칙적으로 되돌리지 않으므로, 계약 종료에 따라 각자 지는 반환·정산 의무만 문제가 됩니다.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

매매계약을 해제한 A의 사례에서 B의 주장 가운데 "기계를 반환받으면서 대금을 돌려주겠다"는 부분은 제549조에 따른 동시이행 항변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조문이 정하는 것은 '동시에' 이행한다는 것이지 A가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이유로 A도 B가 대금 반환을 제공하지 않으면 기계 반환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 자기 쪽 반환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면 어느 쪽도 이행지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동시이행 관계의 일반적인 효과입니다. 따라서 A가 반환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려면 기계를 돌려줄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 B에게 알리는 등 자기 쪽 이행을 제공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이자와 사용이익은 이와 따로 계산합니다. 제548조 제2항의 이자는 대금을 받은 날부터 붙습니다. 이 이자는 원상회복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동시이행 관계 때문에 지체책임이 생기지 않는 기간에도 붙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와 균형을 맞추어, 물건을 넘겨받아 쓴 쪽도 그 사용으로 얻은 이익을 원상회복의 범위에서 돌려줘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그러므로 "쓴 기간만큼 빼겠다"는 B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사용이익은 기계가 정상일 때를 기준으로 당연히 정해지는 금액이 아니며, 결함 때문에 실제로 쓰지 못한 기간이나 사용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양쪽 금액에 다툼이 있으면 최종 금액은 법원의 판단으로 정해집니다. 적용 이율도 거래가 상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기계를 임차해 쓰다가 B의 귀책으로 계약을 해지한 경우에는 구조가 다릅니다. 해지는 장래에만 효력이 있으므로 이미 낸 월 사용료는 그 기간 사용의 대가로서 원칙적으로 반환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사용이익을 따로 정산할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남는 문제는 기계 반환과 보증금 반환이며, 이 두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두 경우를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되돌리는 범위: 해제는 이미 주고받은 대금과 물건 전부가 대상입니다. 해지는 이미 지나간 기간의 사용료는 대상이 아니고, 종료 시점에 남은 보증금과 목적물이 대상입니다.
  • 반환 순서의 근거: 해제는 민법 제549조가 직접 동시이행을 정합니다. 해지는 계약 종료에 따른 반환 의무 사이의 동시이행이 해석으로 인정됩니다.
  • 금전의 이자: 해제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여 반환합니다. 해지에서 보증금은 원칙적으로 반환 의무가 생긴 뒤의 지체 여부에 따라 지연손해금이 문제됩니다.
  • 사용이익 정산: 해제에서는 물건을 쓴 쪽이 사용이익을 반환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해지에서는 이미 낸 사용료가 그 대가이므로 원칙적으로 따로 정산하지 않습니다.
  • 손해배상: 두 경우 모두 민법 제551조에 따라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무효·취소되는 경우

계약서에 반환 순서를 따로 정해 둔 경우에는 그 조항부터 봐야 합니다. 원상회복의 순서와 방법은 당사자가 합의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대등한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협상해 "매수인이 기계를 반환한 날부터 7일 이내에 대금을 반환한다"고 정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조항에 따릅니다. 그러나 사업자가 여러 고객과 계약하려고 미리 마련한 약관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는 해제·해지에 따른 원상회복의무를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과중하게 지우거나, 고객이 원상회복 청구권을 부당하게 포기하도록 하거나, 사업자의 원상회복의무나 손해배상의무를 부당하게 줄이는 조항을 무효로 정합니다. 예를 들어 "해제 사유가 판매자에게 있더라도 받은 대금은 돌려주지 않는다"는 조항이나, 판매자가 회수와 검수를 끝낼 때까지 기한 없이 반환을 미룰 수 있게 한 조항은 이 기준에 따라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계약을 끝낼 때 내도록 정한 위약금이 지나치게 많다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줄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사업자와 거래했다면 소비자24에서 소비자 피해 상담과 분쟁 해결 절차에 관한 안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제 자체가 효력이 없으면 동시이행이나 정산을 따지기 전에 계약이 그대로 존속하게 됩니다. 이행지체를 이유로 해제하면서 제544조의 최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해제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해제의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반환 순서를 다투기 전에 먼저 확인합니다.

작성 시 점검

해제 통지서나 해지 통지서를 보내기 전에, 그리고 계약서에 정산 조항을 넣을 때 다음 사항을 확인합니다.

  • 해제의 원인이 된 의무와 최고한 날짜, 정한 이행 기간, 상대방의 답변을 서면으로 남겼는지 확인합니다.
  • 통지서에 반환할 물건의 인도 장소와 방법, 회수할 수 있는 날짜를 구체적으로 제안하여 자기 쪽 이행을 제공한 기록을 남깁니다.
  • 대금을 지급한 날짜를 계좌 이체 내역 등으로 확인합니다. 제548조 제2항의 이자는 이 날짜부터 계산됩니다.
  • 물건을 실제로 사용한 기간과 결함 때문에 쓰지 못한 기간을 작업 기록과 사진으로 나누어 정리합니다. 이 기록은 사용이익 금액을 다툴 때 근거가 됩니다.
  • 임대차나 렌탈 계약이라면 보증금 액수, 이미 낸 사용료에 해당하는 기간, 아직 지나지 않은 선불 금액을 구분해 적습니다.
  • 계약서에 반환 순서·기한 조항이 있는지, 그 계약서가 개별 협상으로 쓴 것인지 사업자가 미리 마련한 약관인지 확인합니다.
  • 수리비 지출이나 영업 손실처럼 원상회복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항목이 있으면 그 근거 자료를 따로 모아 둡니다.

요약하면, 해제한 뒤 상대방이 "물건부터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동시에'의 범위에서만 인정되고, 사용이익 공제 주장도 원칙적으로 근거가 있습니다. 반면 해지에서는 이미 지나간 기간의 사용료를 되돌리지 않으므로 정산 대상이 보증금과 목적물로 좁아집니다. 이 글은 민법 조문과 일반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한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계약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계약서와 자료를 갖추어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